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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비란 향나무를 땅에 묻고 그 위에 비를 세워 두는 것을 말함인데 다시 말해서 내세의 발원(소원을 비는 것)을 위하여 향을 강이나 바다에 잠기게 묻고 그 사실을 돌에 새겨 기념하기 위해 세우는 비를 말한다. 이 비는 고려 말 우왕(禑王) 13년(1387)에 세운 것으로 당시 왜구의 횡포가 극심하여 나라의 운명마저 불안해지자 승려 중심의 불교신자 4,100명이 향계를 맺고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살기가 평안함을 미륵보살께 비옵니다”라는 뜻의 204자의 글을 새겨 놓았다.
매향의 의식은 많이 행해진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민속적으로는 향나무를 땅에 묻어 미륵보살을 공양하며 부처 보살이 가는 아주 깨끗한 세상에 왕생하고자 하는 종교의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향은 불태워서 천상계의 신명을 청해 모시는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향은 단지 태우는 것만 아니고 다른 방법으로 신명에게 고하여 알리는 수단이었으니 이것이 신앙의식의 매향 또는 침향으로서 미래 구복적인 성향이 강한 미륵신앙의 한 형태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매향비에 나타난 발원형태는 모두 미륵 내세신앙과 연결된다고 하겠다. 그러면 이러한 매향 사례들은 어떠한 현실적 배경에서 세상을 구하고자 미륵신앙과 향을 접합시켰던 것일까? 불가에 전하는 바로는 매향의 최적지는 바닷물과 계곡물이 만나는 지점이라고 한다. 따라서 매향처가 바닷가나 섬 등지에 한정되어 있는 매향비는 ‘사천매향비'를 비롯하여 현재까지 알려진 곳은 전국에 모두 10여 곳이 있다. 사천 매향처도 옛날에는 바닷물이 들어 온 곳이었음을 알 수 있다.